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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하이브리드를 만드는 곳, 스노우 동키 with 설주택 대표님페이워크 소식/인터뷰 2021. 9. 28. 11:52
스노우 동키. 동화책이 떠오르는 이름을 지닌 이 브랜드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동시에 티셔츠를 제작하며 또 증강 현실, AR 영역도 다룹니다.
이쯤 들으면 대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일까 고개가 갸우뚱 해질 수도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죠? 스노우 동키의 제품을 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겁니다.
스노우 동키 티셔츠의 프린트는 프린트로서의 장식적인 기능뿐 아니라 마치 QR코드처럼 숨겨진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음을 티 내세요’라는 브랜드 슬로건답게, 위의 ‘I LOVE YOU’티셔츠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직,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마음과 메시지를 물리적으로 담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티셔츠’와 티셔츠의 프린트를 디지털로 구현해 내는 ‘AR 기술’,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콘텐츠’까지, 스노우 동키는 다양한 영역을 고민하고 아우릅니다.
오늘은 흥미로운 브랜드인 스노우 동키를 전개 중인 화이트 태그 사의 설주택 대표님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Q1. 스노우 동키라는 브랜드 명은 어떤 뜻을 갖고 있나요?
A1. 뜻보다 두 단어를 조합했을 때 느낌을 고려해지었습니다. 상반되거나 큰 연관성이 없는 두 단어를 붙여 놓았을 때 생기는 ‘의외성’을 좋아합니다. 은근히 임팩트도 크지요. 그리고 저희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님께서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라는 시를 좋아하는데 거기에도 등장하고요.
Q2. 스노우 동키는 의류에 AR 서비스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아직은 사람들이 AR을 주로 게임(ex: 포켓몬 고)을 통해 많이 접하는데요, 이를 의류에 적용시킨 이유 또는 계기가 있으실까요?
A2. 이야기가 길어질 듯합니다. 우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침체되어 있는 의류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주고 싶었습니다.
의류 쪽의 가장 큰 문제는 제조업과 크게 엮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제조업이 침체되면서 의류 업도 함께 침체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돌파구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그간 의류업에 종사하면서 가졌던 의문 중 하나 의류에 콘텐츠를 구현할 수 없을까, 였습니다.
옷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는 겁니다. 아마존 같은 곳에서는 이미 교육용으로 이러한 제품들이 판매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단발성’이죠. 고민을 하던 중 증강 현실 쪽에 종사하던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 제 호기심을 좀 더 키우고 실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콘텐츠 + 의류 제조 + 증강 현실
이 세 가지 각기 다른 산업이 융합될 때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 ‘하이브리드’가 나올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또, 이를 하나의 ‘플랫폼’화 하여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물론 세 가지 분야를 다루기에 챌린지도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힘이 더 나기도 합니다.Q3. 브랜딩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 파타고니아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근무하셨습니다. 브랜딩이란 단어를 매우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요즘이지만 마케터들조차 브랜딩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생각하고 정의 내리는 브랜딩은 어떤 걸까요?
A3. 제가 25년간 패션 업계에 있는 동안 해당 이슈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위해내내 고민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마케팅은 고객에게 PUSH를 하고 브랜딩은 고객을 끌어당기는, PULL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은 ‘자본’의 영역을 다룹니다. 수익을 낼 수 있도록 각종 허들을 낮추는 작업을 하죠.
브랜딩은 브랜드가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가치, ‘잔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요소는 확실히 대비됩니다. 동시에 마케팅 같은 브랜딩이 존재하며 역으로 브랜딩 같은 마케팅도 존재합니다. 결국 브랜드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적절히 밸런스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파타고니아에서 근무할 적,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과 파타고니아의 미국 본사가 생각하는 브랜딩이 일치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파타고니아에 합류했을 당시, 파타고니아에는 변화 한창이었습니다. 안나푸르나라는 회사에서 파타고니아를 10년가량 담당해 오다가 본사에서 직접 진출하기로 결정했던 시기죠. 기존에 있던 유통과 인력을 인수하고, 브랜드 콘셉트도 재정비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시기적 이유 때문인지 한국 지사에서 직접 브랜딩 하는 걸 존중해줬습니다. 덕분에 제가 생각한 방향대로 브랜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리사이클링을 하는 플랫폼에 가서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하기도 하고요. 하고 싶은 걸 많이 해봤습니다.
Q4. 앞에 질문에 이어서, 개인적으로 ‘좋은’ 브랜딩을 하고 있는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A4. 어느 한 브랜드를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가치’인 브랜딩에 신경 쓰기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챌린지들이 어마어마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면 그런 브랜드들이 브랜딩을 잘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가 오래가기 위해선 꼭 필요한 작업이자 과정입니다.
Q5. 많은 사람들이 ‘일을 좀 더 잘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일잘러’는 어떤 요건을 갖추고 어떻게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5. 패러다임을 해체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선배의 메모를 보고 일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무실 정리를 하던 중 그분이 한 메모를 줍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제게는 충격이었어요. 머천다이징, 제품의 컬러 관련 이야기를 상세하게 적어두셨더라고요. 그분은 디자이너도, MD도 아닌 사업 부장이었는데 말이죠.
제가 일하는 방법, 제 패러다임을 해체시켜 주신 분이죠.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사람들을 앞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브랜드와 제품의 추상적인 가치들을 구체적으로 잡아가려는 시각을 지닌,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사람들이 ‘일잘러’라고 생각합니다.Q6. 체계가 잡힌 회사 내에서 일하는 것과, 스스로가 최종 결정권자가 되는 사업을 하는 건 분명 크게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직원에서 대표로 위치가 바뀌면서 대표님이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어떤 것인가요?
A6.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도 리더십과 오너십을 갖고 근무했습니다.
결정도 직접 하고, 관련 책임도 물론 스스로 지면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성장하는데 굉장한 촉매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사업 관련 결정을 내릴 때도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다. 다만 용기가 필요합니다.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용기를 내기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여기서의 용기란 여러 선택지를 각종 자료, 근거에 비교해 봤을 때 성공 확률은 떨어지지만 내가 옳다고 판단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게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결정은 쉽습니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되죠. 그러나 내 신념을 지키고 나아갈 용기를 갖는 건 상당히 어렵습니다.Q7. 스노우 동키를 다섯 글자로 표현하자면 어떻게 표현하시고 싶으세요?
A7. ‘화이트 리본’. 스노우 동키는 자연스러움과 자유를 표현하는 것이 큰 콘셉트입니다.
과거에 매나 독수리를 훈련시켜 사냥을 할 때 6년 정도가 지나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었다고 합니다. 그때 다리에 흰색 끈, 화이트 리본을 묶어주는 데 그 이유는 이 새는 이미 6년간 인간을 위해 고생을 했으니 더는 잡지 말아라,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흰 리본을 달고 있는 새는 더 이상 인간에게 잡히지 않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겠죠. 자유를 지향하는 회사이기에 화이트 리본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합니다.
회사 이름인 화이트 태그도 사실 여기서 따왔습니다. 옷에는 늘 태그가 붙어 있어서 리본 대신 태그를 썼어요. 또, 그간 인내하고 고생한 새가 흰 리본을 달 수 있듯 스노우 동키의 구성원인 우리도 그간 많이 노력하면서 살아왔기에 앞으로 나의 에너지, 시간, 자산을 스노우 동키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의 호기심으로 시작된 이 일이 어떤 결과물 되어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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